Diary2011. 2. 23. 03:41

- 어쩌다보니 사람을 선발하는 입장이 되었다. 다른 사람과 관계 된 일이라면 질색을 하는 성격이라 누군가를 평가하는 입장에는 한번도 서보지지 않았던 나인데 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내몰리게 됐다. 구인하는거 옆에서 들여다보고 있을때는 사람 뽑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체는 그렇다치는데, 모집 공고에 우대 조건 적는 것부터 메일 한 줄 한 줄에 쓰는 표현까지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아닌가 등등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난 그냥 혼자 쳐박혀서 나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면 되는 사람이었는데. 아니 사실 지금도 그런거 같은데 왜 이런 일을 해야하는건지, 잘 할 수는 있는건지 하고있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감당하기 싫어서 미뤄뒀던 가치들을 이런 일을 통해 강제로 배우고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 나는 첫 직장 면접 때 머리를 초록빛으로 물들인 상태로 갔었다. 근데 내가 뽑을라고 보니까 확 튀는 색으로 염색하고 찍은 증명 사진 올려놓은 사람 보니까 별로 뽑기 싫네... 새삼 내가 확 늙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어르신이었던 당시 면접관들은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꼬 싶어서 우습기도 했다.

- 금주는 이제 열흘을 넘겼다.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오늘은 맥주 한 캔 하려다가 주위의 만류로 딱 2주만 채우기로 했다.

- 요 며칠은 많이 덜 심심하고 덜 슬프고 그렇다. 앞으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기대와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는 것이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새삼 느낀다.

Posted by Liste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