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ests/Gaming2008. 12. 20. 03:30

GBA 시절 역전 재판 1,2를 즐겁게 했었는데, 그 이후에 나온 역전 재판 시리즈는 구할 길이 없어서 플레이를 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핸드폰용으로 역전 재판이 포팅되어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마침 렛츠리뷰에서 신청을 받고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신청더니 처음에는 떨어졌었다가 나중에 추가 선정이 되는 행운을 얻었네요. 핸드폰 액정이 나가버린 덕분에 어떻게 고쳐서 몇 군데 다시 확인을 해보고 리뷰를 쓸려고 했었는데, 결국 수리 불가 판정을 받고 핸드폰을 다시 구매한지라 기억에 의지해서 리뷰를 써야하겠습니다. 이하 리뷰는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 소생하는 역전
처음에 '소생하는 역전'이라는 생소한 제목을 보고 제가 해보지 못한 [역전 재판3][역전 재판4]쯤에 해당하는 내용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전혀 헛다리를 짚었습니다. [역전 재판 : 소생하는 역전]은 시간 상 [역전 재판1][역전 재판 2]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오리지널 GBA판 [역전 재판1]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DS로 컨버젼이 되면서 추가 컨텐츠로 들어간 에피소드로, 치히로의 사망 등의 사건으로 변호사일을 계속 할 의욕을 잃어버린 나루호도와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살인 사건 연루와 각종 안 좋은 소문들로 힘겨워하는 미츠루기가 사건 해결을 통하여 초심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어 이후 스토리가 계속 진행 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기 때문에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다른 시리즈에 비해 짧지 않을까 걱정 할 수 있으시겠지만 체감 상 일반적인 에피소드 2~3개 정도의 분량으로 느껴지니 크게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뛰어난 이식
물론 핸드폰 자체의 해상도나 사운드 한계 등의 하드웨어 문제로 인해서 타 기종의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완벽하게 포팅을 하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역전 재판은 꽤 원작을 충실하게 이식해내고 있습니다.



좌측이 휴대폰 판의 화면 구성이고 우측이 GBA판의 스크린 샷입니다. 그래픽 면에서는 사정상 해상도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GBA판 수준의 그래픽을 거의 완벽하게 옮겨냈다고 봐도 좋은 수준입니다. 원작의 리소스를 그대로 이용하기 위하여 게임 화면 비율을 맞추어 화면 배치를 한 것도 보기 좋게 잘 되어있고, 리사이즈가 되었음에도 큰 퀄리티의 저하 없는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단점을 꼽아보자면 애니메이션의 프레임이 조금 떨어진다는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게임 중에서는 잘 모르겠는데 오프닝 화면에서는 좀 확연히 거슬리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에 사운드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BGM자체의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BGM이 흘러나오고 있다가 다른 효과음이 나오면 효과음이 나오는 동안 잠시 BGM이 멈추었다가 재개되는 것이 아니고 BGM이 처음부터 다시 재생되게 됩니다. 은근히 계속 신경쓰여서 결국은 소리를 꺼놓고 플레이하게 되더군요. 아마도 좀 신경을 썼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전작에도 있었던 문제를 그냥 가지고 온 것은 좀 아쉽습니다. 나루호도의 음성을 한국어 / 일본어로 선택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이식 게임으로 볼때 나름 괜찮은 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한국어 음성이 꽤 괜찮은 편이긴 한데 힘찬 목소리가 것이 아닌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한글화는 잘 된 편입니다. 캐릭터들의 말투 느낌까지 옮기려는 성실한 노력이 돋보이고, 농담같은데도 <오덕후지못미개안습>이나 저그 얘기 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봐도 내용을 파악하기 쉽도록 애를 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초반에 미츠剣와 나루步와 관련 된 얘기나, 후반에 손자국과 어음의 발음을 이용한 일본어 말장난은 깔끔히 포기해버린 것도 나름 훌륭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나루호도와 아카네의 대사가 바뀌어 있는 부분이나, 오타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별로 큰 흠은 아닙니다.

- 약간 모자란 인터페이스



넥슨 모바일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있는 이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이와 같습니다. 이는 게임기용 인터페이스에서 L/R버튼을 핸드폰의 1,3 키에 배치한 것인데요. 이 정도면 나름 이해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버튼 수지만 실제로 이 게임에서는 증거물을 보는 화면에서 7번과 9번 키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용하는 버튼 수를 약간 줄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재판 모드에도 대사 창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GBA나 DS판에서는 증언의 한 문장이 정확히 한 화면에 들어오는지라 증언들을 앞 뒤로 둘러보면서 읽을때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모바일 버젼에서는 긴 문장은 두 페이지에 걸쳐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두 페이지에 걸쳐서 나오는 문장은 꼭 끝까지 읽어야만 다음 문장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처음 볼때는 별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 증거 제시를 할려고 문장을 훑어볼 때 강력하게 짜증이 나게 됩니다. 이 문제는 다음 버젼에서라도 좀 고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기존 휴대용 게임기용 버젼과는 다르게 모바일 버젼은 아무 시점에서나 세이브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좀 난이도가 떨어지기는 하는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휴대폰용 버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선택이기는 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대화 스킵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할 당시에 핸드폰이 전화가 오면 게임이 꺼져버리는지라 같은 대사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ㅠㅠ

-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과학 수사
소생하는 역전 에피소드의 특징이라면 바로 과학 수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혈흔 찾기라든지, 지문 채취, 증거물 조각 맞추기 등의 수사에 필요한 요소를 약간 미니 게임스럽게 만들어서 유저가 직접 개입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인데요. 문제는 이 에피소드가 DS용으로 나온 것이다보니 이 과학 수사라는 것 자체가 철저하게 닌텐도DS의 인터페이스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증거물들을 3D로 이곳 저곳 돌려보며 뒤져볼 수 있는 요소가 통째로 빠져버렸으며, 지문 채취같은 경우에는 DS판에서는 터치 스크린으로 가루를 묻히고 마이크에 바람을 불어서 가루를 털어낸 후 지문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구현이 되어있는 반면 모바일 버젼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지 혼자 알아서 되는 수준입니다. (터치 폰을 쓰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터치 폰에서는 조금 더 할만하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 결론
이래저래 불평 불만을 잔뜩 늘어놓기는 했지만 역전 재판 : 소생하는 역전은 전체적으로 보자면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게임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약간 불만이 있기도 했었던 스토리인걸로 알고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흥미로운 수준이고, 그래픽이나 시스템 등도 매우 뛰어나서 클리어 할때까지 틈만 나면 계속해서 플레이를 했습니다. 단지 앞으로 출시 될 다른 버젼에는 약간의 단점들만 좀 수정해주었면 더욱 쾌적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덧) 역전 재판 모바일이 상/하로 나누어져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렛츠 리뷰 당첨 내역을 보니 (상)편만 준다는 이야기가 나와있지 않길래 상/하를 둘 다 주는 줄 알았는데 (상)만 주더군요. 알고보니 이름이 소생하는 역전(상)/소생하는 역전(하)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소생하는 역전/소생하는 역전(하)로 나누어져 있어서 상편에는 이게 2부작이라는 걸 알수있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더군요. 이거 은근히 낚시 아닌가요? -_-


렛츠리뷰
Posted by Liste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