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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1 나름 입원기 19
Diary2008. 6. 21. 23:29
병원에서 안정 취하라고 아무것도 안시켜줘서 -_- 약 설명 인쇄 해 준 종이 뒤에다가 볼펜으로 끄적끄적 적었던 것을 뭔가 아까워서 정리해봅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도;


- 포스팅

제가 쓰러지던 날에 어지럽다고 포스팅을 남겨놨었는데요. 그건 나름의 구원 요청 같은거였습니다. 그 글을 쓸 시기만 해도 좀 어지럽고 상태가 안좋았을 뿐 급히 병원을 가야할 정도라고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혼자 살다보니까 '내일 내가 자고 일어났을 때는 어떤 상황이 되어있을지 모르겠다' 싶어서 글을 남겨놓고 자면 만일 내일 아침에 쓰러져있더라도 같이 회사다니는 M이라든지 하는 사람이 어떻게 조취를 취해줄거라고 생각했던거죠. 딱히 아프다고 관심받으려고 글 쓰고 잔건 아닙니다.


- 왜 쓰러졌니

판정 받은 바로 병명은 "돌발성 난청"이라고 합니다. Sudden deafness.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건강한 귀에 갑자기 고도의 감음난청(感音難聽)이 일어나는 원인불명의 질환. 이라고 하는데요. 그냥 갑자기 귀에 난청, 귀울림, 멍멍함이 생기고 현기증과 평형 장애가 따르는 병입니다. 정의에도 나와있듯이 원인은 모릅니다. 5%정도는 신경에 염증이나 종양이 있어서 그럴 수가 있는데 그 외에는 내순환 장애나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와 과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 왜 생기는 건지는 모른다는군요.

치료 부분은 더욱 끔찍해서 스테로이드 경구/점적 주사와 함께 비타민 투입, 고압 산소 요법 등을 시행하기는 하는데 1/3 정도는 완치, 1/3 정도는 어느 정도 호전, 1/3 정도는 회복하지 못하거나 더 악화된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맞고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우리도 잘 몰라 허허허"하는 병이라는 거지요. 그나마도 어지럼증은 좀 빨리 치유되지만 청각은 짧게는 3개월에서 경우에 따라 1년에 가까이 걸쳐서 회복이 될 수 있답니다. "니가 회복되고 있는지 아닌지 우리도 잘 몰라 허허허"라는 거지요. 그나마도 발병 수 일 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렇지 1~2주 시기가 넘어가면 아예 치료가 어렵다네요. 한 번에 확 청력을 잃어서 빨리 병원에 간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원인

제가 아팠던 날에 평소와 달랐던 점을 곰곰히 추정 해 보았습니다. 며칠 간 김선재씨가 준 9천원짜리 싸구려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는 것과, 김복숭씨를 만났다. 그래서 딘타이펑에서 밥을 먹었는데 좀 과식을 했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다른 건 평소랑 똑같았으니 김선재씨 김복숭씨 둘 중 하나의 책임이겠지만 한명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은 과하므로 나누는 걸로 하지요. 두 분 50만원씩 저에게 입금하시기 바람.


- Timeline

13일 새벽 1시쯤에 갑자기 오른쪽 귀에 이명이 발생했습니다. 좀 멍멍하길래 곧 없어지겠지...하고 크로아티아와 독일의 경기를 즐겁게 감상하고(나 왜 독일이 싫지) 이제 자야지~ 하면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누워서 눈 감고 가만히 있는데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눈을 떠보니까 곰인형이
이렇게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기쁨에 겨워 You spin me right round baby right round하고 노래를 부르며 당황해서 일단 침대에 누워서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려고 했고, 잠시 쉬어서 조금 상태가 나아졌다고 생각했을 때 일어났다가 솟구치는 현기증에 구토를 하고 픽 쓰러졌습니다. 그리곤 어 이거 이상하다 싶어서 포스팅을 남기고 이래저래 방을 추스리고 일단 잠을 청했습니다. 잠이 들었다가 6시쯤에 다시 깼는데 그때는 아까와 비슷한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더군요. 안되겠다 싶어서 119를 불렀습니다. 나름 자신의 생존 본능에 만족했던게 그 정신에 일단 지갑이랑 열쇠 핸드폰을 챙기고 밖으로 기어나가서 문 잠그고 팀장님에게 "팀장님 저 응급실 휴가 좀"하고 문자 보내고 집 앞에 쓰러져있었더군요.(병특은 함부로 빠지면 큰일날수있으니;) 119대원이 앰뷸런스타고 와서는 막 토하고 어지럽다고 그러니까 술꾼 -_- 정도로 생각했는지 처음에는 어딘가 조그만 병원으로 데리고 갔었습니다. 근데 귀 부분 증상을 호소하니 당황하면서 다시 고대 병원으로 옮겨주더군요.

고대 병원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 휠체어에 앉히더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끌고다니면서 피 뽑고 혈압재고 다 해줘서 정신줄을 놓고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제일 괴로웠던건 어느 과에서 진료 받아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평형 감각을 측정하는데... 일단 눕혀놓은 상태에서 머리를 높이 들었다가 좌/우측으로 급속으로 낙하시킵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상하좌우로 흔들면서 자기 손가락을 쳐다보라고  눈동자의 반응을 보는 시험을 하더군요. 이 시기에 제 어지럼증이 어느 정도였냐하면 눈을 뜨면 바로 구토가 일어나서 눈을 뜰 수가 없었던 수준이었는데, 제가 제대로 눈 제어가 안되면 손가락 똑바로 쳐다보라고 짜증을 내더군요 -_- 내가 쳐다 볼 수 있으면 여기 너하고 누워있겠냐 하고 소리질러주고 싶었는데 위액때문에 목이 아파서 참았습니다. 여튼 이 시험을 ER에서하고 이비인후과에서하고 신경과에서도 했습니다ㅠㅠ 이런건 한번에 하라고 좀 ㅠㅠ 몇 번 하고 나면
요런 표정이 절로 지어집니다. (사실 정상인도 계속 하면 어지러울듯;;) 지금 생각이 나는건 대체 내가 뇌 손상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머리를 흔들었던걸까... 뭐 그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나보다만... 여튼 그렇게 대충 검사를 끝내고나니 아침 8시쯤이 되었고 전 응급실 대기실에 휠체어에 앉아서 오후 6시까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병실이 없다고... -_- 절대 안정이 중요한 병이니 면회도 안된다고 1인실이나 2인실쓰라고 역설하더니 결국은 걍 6인실 주드만요. 1,2인실은 영 자리가 안난다고. 입원 후의 생활은 무난했습니다. 아침에 검사받고 병실에서 약먹고 약에 취해서 자고... 반복하다가 그저께 퇴원하였습니다. 한가지 괴로움은 귀에다가 직접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거였는데; 귀로 뭔가가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굉장히 불쾌하더군요.

덤으로 빨간 머리가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특히 휠체어타고 가고 있으면 아주머님들 시선이 몹시 따갑... 제가 입원 기간 내내 곰인형을 안고있었기 때문에 절 조로증 환자 -_- 정도로 생각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 이비인후과 병동인데 ㅠㅠ


- 입원 기간 동안 맛있게 먹은 것들

자일리톨 껌

코카 콜라

포카리 스웨트

비타500


- 왜 하필

* 유로 2008하는데 이런 시련이... (아시안컵기간에는 상관 없단 말이다.)

* 클리앙에 싸게 나온 물건이 있어서 책 읽으려고 책 샀는데.

* 영재가 휴가 나왔는데...

* 네덜란드 vs 러시아가 하는데...


- Trivia

* 핸드폰으로 119를 부르면 자동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문자 메세지가 가요.

* 휴학 중인 학생은 재학생 의료비 할인이 안되더군요. 너무해...

* 병원이 돈 떼이는 경우가 많은지 수시로 중간 결산을 요구하더군요 -_-.내가 그나마 돈 벌어서 군말없이 냈지 보호자도 떨어져있는데 검사비 + MRI비 해서 40만원 가까운 돈을 갑자기 지불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막막하겠다 싶었습니다.

* 회사에는 병가를 냈습니다. 훈련소는 당연히 연기되었는데 그 날짜가 8월 18일 -_- 내 생일 8월 20일 어째 ㅠㅠ 그때까지 귀가 안들리면 또 어째.. 이래저래 고민이 많습니다. 그나저나 회사에는 일이 많아서 난리가 난 모양...

* 고대 병원에서는 홍삼 추출 사포닌이 돌발성 난청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시험을 위하여 돌발성 난청 환자에게 무료로 홍삼 가루 캡슐을 주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가서 진료 받아보세요...(쓰고 보니까 무슨 삼각김밥에 홍차주는 이벤트 같다.)


- 지금은

퇴원해서 몸 조리를 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절대 못하고 (FPS는 모르지만 워3정도는 해도 될거같은데 어머니의 감시가 ㅠㅠ)웹서핑과 메신저만 즐기고 있고, 침대위에 앉아서 게임이나 음악 CD 자켓을 보는 일로 시간을 때우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주 쯤 되면 정상에 가까운 컨디션을 찾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약 때문인지 병원에서 늘 밥을 평소 1/3정도 먹으면서도 소화가 안되었고, 퇴원해서는 계속 야채죽,야채죽, 브로컬리 스프,김치죽,김치죽을 먹고 있는데도 소화가 잘 안되다가 오늘 부터 약 양이 좀 줄면서 속이 좀 좋아져서 순대 국밥을 한 그릇 먹었더니 행복해서 기절 할 것 같았네요. 아이 소박해.

급작스레 입원했는데 은근 별로 왕래가 없던 친구들이 "괜찮으냐","퇴원했냐"하고 연락 해 줘서 좀 고마웠습니다. 어찌 알았냐니까 블로그-_-에서 봤다고;; 아무도 안보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근처 사람들이 보고 있더군요 헤헤. 그리고 병상에 누워 나름 깨달음을 얻어서 이제 애인 안생긴다고 찌질대고 우울해하는 짓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즐거운 포스팅소시 + 원걸 + 기타 그라비아 모델 도배...만을 보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여튼 다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Posted by Liste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