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2. 4. 4. 01:22

- 효준이네 밴드 공연에 다녀왔다. 버스-지하철 도합 2시간 넘게 5번 갈아타고 간 것만 해도 힘든데, 부천 구청역에서 내려야하는걸 부천 시장역에서 내려가지고 보너스로 20분 더 헤맬땐 눈물 날 뻔 했음... 망신 안당할려면 연습해야 된다느니 어쩌느니 징징대길래 엉망인 줄 알았더니 그냥 멀쩡하게 하더라. 너무 시끄러워서 귀마개를 끼고 들어야해서 디테일이 다 뭉개진 상태로 듣기는 했지만 메탈류 음악 잘 모르는데도 재밌었어서 기회되면 또 가기로 했다. 포크 락 밴드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공연 끝나고 나니까 클럽 주인 아저씨네 밴드가 몇 곡 연주하는데 뭐지?하고 보다가 음알못인 내가 봐도 엄청나게 잘해서 입 벌리고 들었다. 이왕표 선생님 닮은 주인 아저씨 기타 실력과 진중권씨 비슷한 이미지의 드러머가 인상적.

- 오랫만에 만난 김에 집에 가기도 아쉽고 상욱이랑 셋이 간단히 맥주 한 모금 마시면서 얘기 좀 했다. 그 날 한 얘기는 대충이라도 정리해놓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막연하게 하고 있던 생각들이 옆에서 날 보는 사람의 눈을 거치면서 좀 더 명확해진 느낌.

  • 나는 늘 혼자서 뭔가 해보고 싶다고 떠들지만 사실은 그게 판타지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 게임을 만들면서 "아티스트"라는 느낌을 받고 싶다면, 아티스트의 개념 자체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프로젝트가 "내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다면 혼자서 다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꼭 그 길을 고집 할 필요는 없다. 남들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의견을 굽히든가, 아니면 남들을 설득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든가 하는 것도 방법이다.
  • 내가 괴롭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엄청나게 능력있고 출중한 인물이고 싶은데 실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의견의 차이 등에서 오는 고통에 대한 내성이 없고, 크게 미련도 없어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만둬버리는 성향도 문제.

- 이제는 봄이야.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내 맘이 봄이면 봄인거지

Posted by Listege